지난 10월 7일 입사 후, 어느덧 두 달 조금 넘는 시간이 지났다.
나름 개블스 1,2기 팀장에 ‘글쓰는 개발자 유쓰’라는 타이틀을 달아놓고 취업을 확정 지은 3달간 아무글도 안썼다.
어떤 주제로 블로그를 다시 시작해볼까 고민하다가. 짧게 두달차 신입 개발자의 느낀점과 소소한 반성문을 작성해볼까 한다.
진짜 처음이라고요
사실 난 인턴 경험조차 없고 시작한 첫 직장, IT업계에서 그리고 스타트업에선 보기 드문 생 리얼 신입이다.
입사 후 회사사람들과 커피챗을 8번정도 진행하는데 비슷한 시기에 입사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생생생 신입은 진짜 거의 나 밖에 없었다. (여기가 첫회사라고 하면 다들 놀라곤 한 걸보면 ..)
프로젝트 팀을 1년 이상 유지하고 실서비스를 운영했고 그 팀의 팀장이었다해도 어디까지나 학생 수준의 프로젝트와 ‘모든게 처음’이었기 때문에 스타트업 ‘신입’ 개발자라는 포지션은 더더욱 어려웠다.
무엇이 그렇게 어려웠을까
1. 재택의 어려움
사람들은 풀재택이라고 하면 대부분 부럽다라는 이야기를 많이한다. 동의한다. 누구보다 통학에 고통을 많이 받았던 시흥 사람이니까 몸이 편한건 진짜 다른 단점을 다 극복하는 장점이다.
하지만 신입의 첫회사라는 관점에서 보면 풀재택은 그렇게 좋진 않다.
우선, 유대감이나 친밀감 형성의 어렵다.
내 성격을 기반으로 생각해보면 새로운 조직에 왔을때 조직에 낯을 가린다. 내가 편한 조직에 사람이 들어오면 낯을 가리지 않지만 새로운 조직에선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화면 속에서 이 사람이 뭘하고 있는지, 알 수 없고 아무리 편하게 질문하라고 하지만 뭘 모르는지 모르고, 누구한테 물어봐야할지도 모르겠는.. 상황이 한때 있었다.
질문의 허들이 높다.
이것저것 하다가 궁금한게 생기면 조금 찾아보면 나올만한 것들인지, 진짜 질문해야하는 것인지 알기 어려웠다. 이걸 누구한테 물어봐야하지..? 부터 어려운데 각자 비대면으로 일하고 있으니 ,, 내가 물어봐도 되나? 이런 걱정이 생기기 시작하고 결국 깊지 않고 추상적인 질문과 추상적인 답만 듣기 마련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입사 10일만에 새 기능 개발에 투입되는데
2. 신입의 어려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한채로 입사 10일만에 새로운 기능 개발에 들어갔다. 작은 피쳐라 혼자 하면 될 것 같다며 혼자 한 번 도전해보라고 권유해주셨다.
사실 단순, B2C가 아닌 B2B에 우리 도메인은 경력자들도 이해하는데 꽤 오래걸릴만큼 어려운 도메인이다.
간단한 작업이어도 하나 하나 뜯어 알아가며 이정도면 파악했다고 생각한 것들은 일부였고 갈수록 요구사항도 늘었다.
내가 모르는지도 모르는 것들, 질문해야하는 것들을 파악하는게 너무 어려웠고, 무거워지는 작업에 내가 감히 지원 요청을 해도 될까? 라는 두려움.
혼자하는 작업이다보니 내 작업의 컨텍스트를 이해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고 무의미한 야근만 많아졌다.
이 때 정말, 사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너무도 많이했다. (사수와 멘토는 다른가요?)
어찌어찌 해서 작업을 완료했지만 내 기능은 출시와 동시에 결국 문제가 발생했고 해결을 위해 서버 개발자 4명이 호출되었다.
대충하던 습관들의 부메랑
이런 문제가 생긴 이유는 지금까지 사소한 것들을 대충하던 습관 때문이다.
대단해보일 수 있지만 나는 우리 프로젝트(취업 전) 작업을 할 때 아래와 같이 눈에 띄지 않는 것들은 대충 넘기고 말았다.
기술적으론 간단하니 프로젝트 테스트 코드를 짜지 않았고, 기획 회의가 길어지면 일단 안건을 넘기고 다음에 복기하지 않는 등 모호한 일처리가 꽤 빈번했다.
이런 모호하고 대충하던 습관들을 결국 의사소통의 실패를 불러왔다.
기획 내용을 꼼꼼히 챙기지 않아 놓친게 많아 개발 기간이 길어졌고,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따지기보단 무조건 될 것이다 라는 예스맨 마인드는 독이 되었다.
안되면 안된다. 되면 된다. 라고 명확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 좋다는걸 팀장 경험을 하면서 알았으면서 ..
그 결과 나는 가장 싫어하는 개발자의 모습인 모르는데 아는 척 하는 개발자가 되어있었다.
어느 순간 출근과 개발이 싫어졌고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고 뭐 아무튼
나를 너무 비싸게 팔았어
사실 내가 놓친 부분은 당연히 알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 중 하나였다. 적어도 면접 복기를 조금 더 제대로 했다면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저 회사 입장에서 ‘당연히’ 내가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들을 모르는 초짜였다.
한동안은 내가 가진 실력에 비해 너무 나를 비싸게 팔았다는 생각이 머리를 감쌌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운영진, 팀장의 위치에 많이 있다보니 소위, 나를 팔 수 있는 셀링 포인트를 잡기 쉬웠고 남들 앞에서 말은 많이하던 타입이니 면접에서 두루두루 말을 잘하기도 쉬웠다. 그로 인해 결국 나를 사기 매물을 팔아버린 느낌이 지워지지 않았다.
결국 1차 수습 평가 (30일)에서 기준 미달의 점수를 받았고, 다행히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졌지만,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실망감이 들었다.
이대로는 수습에서 종료되어도 떳떳하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개발과 출근이 질려버린, 재택이란 이름으로 방안에 갇힌 신입 개발자로 이래 저래 방향을 잃고 어떻게 해야하지 고민만 하다가
그렇게 사람 냄새가 그리워 10기 뒷풀이를 놀러갔던 어느 하루,
친구의 새로운 프로젝트 팀원들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그들 입장에선 동아리에 돌아온 현직자 이런 느낌으로 보였으려나, 아무튼 이런 저런 동아리 얘기를 하며 조금 뻔한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한 질문, 그 끝에 개블스를 하고 있다는 한 10기 기획자가 있었다.
나름 공들였던 애정이 많은 스터디라 바로 신나서 ‘그거 내가 만든거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바로 내 글을 읽어봤다고 이야기 하더라.
무슨 글을 읽었는지..는 잘 기억 안나지만, 못 물어봤었나 아무튼.
그 주말 집에 돌아와 문득 내 글을 읽어봤다는 그 말이 생각나 어떤 글을 썼나 하고 블로그 글을 찾아 읽어봤다.
그래서 블로그에 적힌 글들을 쭉 읽어봤다.
입사 전의 나는 주도적이고 소속감이 넘쳤다. 필요한 기능을 직접 구상하고 꽤 적절한 방향으로 풀이해 구현하고 수정하며 프로젝트에 녹이며 성장하는 사람이었고 특히, 코테이토라는 동아리에 애정이 있고, 동아리 사람들과 뜻이 맞아 함께 성장하던 사람이었다.
뭔가 멍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두달만에 변했다고?
사실 취업 후 두세달, 입사 후 한 두달 열심히 살지는 않았다.
도메인에 대한 이해, 개발에 대한 열정은 뒤로 하고 그냥 시키는 일에 챗바퀴를 도는 직장인이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대기업보다 스타트업을 희망했던 가장 큰 이유를 스스로 지워버리고 있었고 두 달도 안된 사이의 나는 너무 많이 변해있었다.
목표가 없어서
왜 이렇게 변했을까, 우선 신입 사원 마인드가 강했다. 신입이니까 어느정도 괜찮겠지, 가만히 있어도 도와주겠지
내가 해야하는 일이 뭔지, 사실 회사의 뜻이 무엇인지 그 어느 하나 주도적이지 않았으면서 재택이라는 제도와 목적 없음만을 탓했다. 개인적인 목표도, 팀적인 목표에도 공감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이런 팀원은 성장에 기여할 수 없다.
그래서 2가지만 목표했다.
- 내가 얻어갈 것들 정하기
- 구체적으로 질문하기
둘을 정하고 나니 작게나마 조금씩 다시 의욕이 생기더라.
퇴근하고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게 아니라 제대로 쉬거나 제대로 무언가를 하게 되고 혼자 끙끙 거리며 무의미한 야근을 하는게 아닌 질문을 명확하게 해서 니즈를 파악하게 되었다. 오히려 퇴근이나 업무 효율이 올라간 느낌도 들었다. (물론 오늘도 야근했지만) 어쩌면 이게 적응해가는 과정이려나 ㅋㅋ..
아무튼, 공부를 더 해야할 것 같다.
뜻이 맞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고, 항상 생각해왔다.
지금 프로젝트가 재밌는 이유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새로운 파트의 인원을 충원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던 것이 우리와 함께 뜻이 맞는가인 이유도 뜻이 맞는 사람과 함께할 때의 성장과 즐거움을 경험해봤으니까. 여기선 내가 뜻이 맞지 않는 사람이 될까 조금 두렵기도 하다.
곧 다음 주면 마지막 수습평가가 시작되고, 그 평가의 결과가 몇 주내로 발표가 된다.
다행히 지금도 많이 부족하고 실수도 많지만 적어도 스스로 생각했을땐 당장 다음 평가에서 내가 제외된다고 해도 ‘할 수 있는만큼 최선은 다했다.’라는 생각은 들 것 같다.
그 결과가 어떻든 계속해서 개발이란 꿈을 꾸고 꽤 괜찮은 프로덕트를 만들어 나가는 이유있는 개발자를 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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